명상록 5권
사물들은 가려져 있어 비범한 철학자들도 이 사물들을 전혀 인식할 수 없다고 여기고, 스토아 철학자조차 사물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실 감각에 대한 우리의 동의는 바뀔 수 있다. 인식의 대상들이 얼마나 덧없으며 무가치한지 자세히 살펴보라. 주변 사람의 행동 방식을 바라보라. 사람들은 자신을 간신히 참고 견디며, 가장 상냥한 사람조차 참고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러한 어둠과 더러움 속에서 존재와 시간의 운동과 운동하는 물체들의 그러한 급류 속에서 높이 평가하거나 추구할 만한 것이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의 해체를 담담하게 기다리며, 그것이 늦어진다고 불평하지 않고 다음 두 가지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1.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은 내게 일어날 수 없다. 2. 신과 내 안의 신성을 거역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능력이 내게 있고, 누구도 내게 그것을 강요할 수 없다. 나는 영혼으로 뭘 하는가? 매사에 그렇게 자문해보고 지배적 이성이라고 부르는 너의 영혼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검토해보라. 어린아이의 영혼인가? 청소년 또는 여성인가? 폭군의 영혼인가? 포식자의 영혼인가? 먹잇감의 영혼인가? 나는 원인과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어느 것도 무에서 생성되지 않듯이 무로 소멸하지 않는다. 나의 모든 부분은 변화에 의해 우주의 어떤 부분으로 옮겨가며, 그 부분도 다른 부분으로 변할 것이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 나도 생겨났고 부모도 생겨났으며 또 다른 무한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주의: 세상이 주기적인 순환을 겪더라도 여전히 선을 유지하라
이성과 추리의 기술은 그 자체와 그것들이 하는 일에서도 스스로 자족한다. 그것들은 고유한 원리에서 출발하여 그들 앞에 세워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런 행위를 올바른 행위라 부르는데, 그런 행위가 올바른 길을 가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속하지 않는 것을 인간적이라고 부르지 말라. 그런 것들은 인간이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본성이 약속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본성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그런 것들에는 인간의 목표도, 그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도 들어있지 않다.
그런 것이 정말 선이라면 그것을 경멸하고 반대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그런 것이 필요 없는 척하는 자는 칭찬받지 못하고, 그런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절제하는 자는 선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누군가 그런 것과 그와 유사한 것을 자신에게 거절하거나 거절당해도 담담하게 참고 견딜수록 더 선한 자가 아닌가. 네 마음은 네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같아질 것이다. 영혼은 생각에 따라 물들기 때문이다. 다음의 생각을 잇달아 떠올리며 영혼을 물들여라.
1. 어디서든 살 수 있는 곳에서는 잘 살 수 있다. 따라서 궁전에도 잘 살 수 있다. 2. 각각 존재가 만들어진 이유가 존재의 목적이다. 각각의 존재가 지향하는 그곳에 그 목표가 있고, 목표가 있는 곳에 그의 이익과 선이 있다. 그런데 이성적 동물의 선은 공동체이다. 우리가 공동체를 위하여 태어난 것은 앞서 밝혔다. 열등한 존재는 우월한 존재를 위해 존재하고, 우월한 존재는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의식 있는 것은 의식 없는 것보다 우월하고, 이성이 있는 것은 둘보다 더 우월하다.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악인이 악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에게나 본성이 참을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도 너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거나 대범함을 보이기 위해서든 꿋꿋이 견디며 손해를 입지 않는다. 무지와 허영심이 지혜보다 정말 더 강한 것일까? 사물 자체는 절대 영혼과 접촉하지 못한다. 영혼으로 들어갈 길이 없고 돌려놓거나 움직일 수 없다. 영혼만이 자신을 움직이고 돌려놓으며, 어떤 판단을 내리든 외부의 사물을 그 판단에 따라 평가한다. 우리가 인간에게 선행을 베풀고 인간을 참아야 하는 한 우리에게 인간은 가장 친숙한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유한 임무 수행을 방해한다면 태양이나 바람처럼 우리와 무관하게 된다.
그들이 우리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하더라도 내 의지와 마음가짐은 방해할 수는 없다. 내가 방해를 제거하고 방향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마음은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의 방향을 바꾸고 자기 계획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도움으로 되고, 길을 막으려던 것이 길을 열어주게 된다. 우주 안에서 가장 강력한 것들을 존중하라. 그것은 만물을 이용하고 만물을 지배하는 것이다. 네 안에서 가장 강력한 것들을 존중하라. 그것은 우주 안의 가장 강력한 것과 동족이다. 네 안에서도 그것은 다른 것을 모두 이용하고 네 삶을 지배한다.
국가에 해를 입히지 못하는 것은 시민에게도 해를 입히지 못한다. 네가 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국가가 그것에 의해 해를 입지 않았다면 너도 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가 해를 입으면 해를 입힌 자에게 화내지 말고 그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르쳐주라. 존재하는 것과 생성되는 것이 얼마나 빨리 우리 앞을 지나 사라지는지 떠올려 보라. 실상은 쉴새 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고, 그 활동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것들의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다. 정지하고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과거의 무한한 시간과 미래의 입을 쩍 벌린 심연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쭐대거나 마음이 산란하거나 상당 기간 지속할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우는소리를 하는 자는 바보가 아닌가?
네가 그것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실체를 생각하고, 짧은 순간에 불과한 네게 주어진 시간을 기억하라. 운명을 생각하라. 너는 그것의 얼마나 작은 부분인가? 남이 나를 해친다고? 그것은 그의 문제이다. 그에게 나름의 기질과 행동방식이 있다. 나는 지금 내 본성이 내게 행하기를 원하는 것을 행하고 있다.
네 영혼의 지배적이고 주도적인 부분이 네 육신 안의 원활한, 또는 격렬한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게 하라. 그런 움직임과 섞이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그러한 자극은 그들 자리에 국한되게 하라. 그러나 그러한 자극들이 상호공감 작용에 의해 마음속으로 파고든다면, 그 감각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거기에 대항하려 해서는 안 된다. 네 마음이 그것에 선이나 악이라는 의견을 더하지 못하게 하라. 『신들과 함께 살라』 자신의 영혼이 자기에게 주어진 몫에 만족하고, 제우스가 자기의 분신으로 각자에게 지배자와 길잡이로 준 신성이 원하는 것을 행한다는 걸 신에게 늘 보여주라. 그러나 신성이란 각자의 정신과 이성이다.